볼에 닿는 공기가 부쩍 차가워졌다. 필자는 매년 이맘때면 느끼는 계절의 향(?)이 있는데 이것은 바로 수능이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것과 한 해의 학사일정이 곧 마무리된다는 것을 뚜렷하게 인지하는 것이다. 한 해 동안의 두 학기가 마무리되면 학생들에게는 선택의 시간이 주어진다. 예비고1, 예비고3(현 중3, 고2)들에게는 더욱 그러하다. 곧 다가올 겨울방학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선택이다. 평소 학기 중에는 취침 전까지 자기주도학습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방과 후에 정해져 있고 학생들마다의 이 시간을 활용하는 방법이나 내용이 그리 다르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등교를 하지 않는 긴 겨울방학의 경우 학업을 위해 긴 하루를 활용하는 방법은 개인차가 클 수 있고 이에 따라 새 학년의 성적이 좌우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겨울방학은 과연 어떤 시기일까? 바로 ‘역전의 시기’이다. 학기 중에는 상위권 학생들이 쉽게 자리를 내어 주지 않는다. 우리가 아무도 모르게 상위권 진입의 칼을 갈 수 있는 1년 중 거의 유일한 때가 바로 겨울방학이다.

예비고1, 예비고3으로서 겨울방학에 가져야 할 태도는 바로 과거 내 모습의 ‘적폐 청산’이다. 새로운 각오를 다질 때마다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과거의 학업에 대한 나의 잘못된 관행과 습관을 버리지 못한 채 각오만 세우기 때문이다. 지난 시간 동안 나를 실패하게 했던 요인들이 무엇인지 꼼꼼히 살펴보고 그 위에 학업의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러분의 숭고하고 찬란한 새로운 학업계획이 여전히 남아있는 과거의 더러운 찌꺼기들과 함께 섞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 겨울방학 활용을 위해 해야 할 첫 번째 작업이다.

과거사 청산을 했다면 우리가 가져야 할 또 하나의 태도는 ‘괄목상대(刮目相對)’의 자세이다. 이는 ‘눈을 비비고 상대를 대한다’는 뜻으로 상대방의 학식이나 재주가 짧은 시간에 몰라볼 정도로 성장했음을 의미하는 말이다. 지난 중학교 시절 또는 고2까지의 우리의 성적이 비참할지라도 겨울방학 동안 사흘에 한 번, 일주일에 한 번 나를 돌아봤을 때 유의미한 변화를 느낄 수 있는 각오와 학업계획이 필요하다. 긴 겨울방학이 끝났을 때 우리가 변화할 모습만 상상하다 보면 학습계획은 추상적이고 모호하게 세워질 수밖에 없다. 사흘 뒤의, 그리고 일주일 뒤의 변화된 나의 모습을 상상하며 계획을 세워라. 이렇게 하다 보면 긴 겨울방학이 끝날 무렵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하여 짜릿한 역전을 이루어 낸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요즘 학생들에게 얼마나 많은 시간 동안 공부를 하느냐보다 얼마나 오랫동안 주변의 유혹을 참느냐가 학업성취를 높일 수 있는 핵심이라 할 수 있다. 계획을 알차게 세워서 열심히 공부하며 반드시 훈련해야 하는 것은 바로 ‘유혹 참기’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휴대폰, SNS, 그리고 게임 등 학업에 방해되는 중독성 있는 습관들을 가지고 있다. 습관은 반복적인 행동에서 기인하고 습관을 버리는 것은 그 행동을 멈추는 아주 간단한 원리에 있다. 한 번에 그만두는 것은 힘들지라도 꿈을 이루는 것을 막고 인생에 방해가 되는 나쁜 친구, 즉 주변의 유혹거리들에게 절교를 선언하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다.

만약 예비고1 또는 예비고3 학생이 다가오는 겨울방학을 학업을 위해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면 분명 다가오는 3월, 새 학기의 시작에서 겨우내 봄이 오길 기다렸다는 듯이 자신의 떡잎을 힘차게 틔우는 주위의 친구들에 의해 일련의 압도감을 느끼며 찝찝한 출발을 하는 것이 불가피할 것이다. 역전이란 단순한 승리보다 노력이 더 필요한 것을 의미하며 그것이 주는 짜릿함은 또한 배가 아니겠는가. 현재의 모습에 안주하지 말고 주어진 겨울방학 동안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인고의 시간을 통과해 보자. 마지막으로 영화 Kingsman(킹스맨)의 주인공 Colin Firth(콜린 퍼스)의 명대사를 소개해 본다. Are we going to stand around here all day? Or are we going to fight? (온종일 여기서 서있을 텐가? 아니면 싸워볼 텐가?) 선택의 우리의 몫이다.

저작권자 © 광명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