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관중 작 삼국지연의에서는 죽은 공명이 중달을 이겼다는 내용이 나온다. 오장원 전투에서 공명이 죽고 촉군이 퇴각하자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한 사마의가 추격하며 공세를 취했지만 제갈량은 죽기 전에 자신의 모습을 본 딴 형상을 만들어 두었고 이를 본 사마의가 놀라 퇴각한다는 내용이다.

허장성세로 전투에서 승리를 거둔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허세의 효과는 길게 가지 못했다. 잠시잠깐의 지략으로 전투에서 승리했지만 공명이 없는 촉은 결국 그 세가 기울어 공명이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촉은 패망하고 만다.

허장성세의 효과는 심리학에서 말하는 밴드웨건 효과와 맞닿아 있다. 밴드웨건 효과는 다른 말로는 대세론으로 1위를 달리는 유력 후보에게 표가 몰리는 현상을 말한다. 선거 때만 되면 후보들이 자신이 앞선다고 말하면서 대세론을 주장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진짜가 아니어도 1위라는 대세론에 편승하면 표를 강화하는데 도움이 된다.

이에 반박하는 침묵의 나선이론도 존재한다. 대세론에 의해 많은 사람들이 동조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묵묵히 자신의 입장을 고수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게 외부로 의견이 표출되지 않는 현상을 침묵의 나선이라고 표현한다. 말은 안하고 있지만 속내는 다르다는 것. 결국 진심을 얻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은 권리당원 50%, 일반유권자 50%를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해 후보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무리 대세론을 앞세워도 정작 자신을 지지하는 권리당원과 일반유권자 수가 타 후보에 밀린다면 패배하도록 되어 있다. 허세만으로 이기기가 어려운 구조다.

허상은 무너지고야 만다는 근거를 우리는 직접 체험했다. 박근혜 정부는 그동안 언론을 등에 업고 어용단체를 부리며 민심을 왜곡하고 권력을 남용해왔다. 여론을 호도하며 장기집권을 계획했지만 국민들은 박근혜 정권의 실체를 깨달았으며 탄핵을 거쳐 정권을 교체하는데 성공했다. 뻔한 얘기지만 우리에게는 간절했던 말. 결국은 진실이 승리한다.

저작권자 © 광명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