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이언주 국회의원이 “조리사 별게 아냐, 그냥 동네 아줌마”라는 말을 하면서 조리사를 ‘밥하는 아줌마’로 폄하했다. 이언주 의원은 지금도 열악한 조건에서 땀 흘리고 있는 학교 비정규직 조리사 어머님들께 위로는 못해줄망정 비하발언을 서슴치 않고 해 모멸감을 선사했다.

비정규직 조리사 어머님들의 처우는 열악하기만 하다. 고용안정성이 보장 안되는 것은 기본으로 급작스럽게 나오는 채용공고만을 기다리며 짧게는 몇 주, 길게는 몇 달간의 계약에 목메어 매번 계약만료를 걱정하며 불안한 생계를 이어가야 한다.

대량으로 음식을 만드는 노동 강도에 비해 급여수준도 열악하다. 최근 광명시내 한 초등학교에서 낸 채용공고에서는 조리사 임금을 8시간 근무에 일당 53,120원으로 책정하고 있었다. 이를 시급으로 환산하면 6,640원으로 최저임금 6,470원을 겨우 웃도는 수준에 불과하다.

사실 이언주 의원이 말한 ‘밥하는 아줌마’의 처지가 지금처럼 궁색했던 때가 없었다. ‘밥하는 아줌마’는 예로부터 중요하게 여겨져 왔으며 고대 그리스에서는 대지의 여신 데메테르로 표현하며 숭상하기도 했다.

대지의 여신 데메테르에게는 제우스와의 사이에서 낳은 딸 페르세포네가 있었다. 데메테르는 페르세포네를 애지중지하며 아꼈는데 어느 날 지하 세계의 왕 하데스가 페르세포네를 보고 한 눈에 반하게 된다. 사랑에 빠진 하데스는 앞뒤 가리지 않고 페르세포네를 납치하고 만다.

루카 지오다노, 〈페르세포네의 납치〉 1684-1686

데메테르는 밤이 늦어도 딸이 돌아오지 않자 딸을 찾아 나섰다. 하지만 지하세계로 납치되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데메테르는 도저히 딸을 찾을 수 없었다. 이에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던 태양신 헬리오스가 데메테르를 가엽게 여겨 자초지종을 전부 설명해주었다.

헬리오스에게 사건의 전말을 듣고 크게 상심한 데메테르는 대지의 여신으로서 역할을 그만두고 슬픔에 잠겼다. 그러자 세상 모든 곡식과 과실은 성장을 멈추고 이윽고 썩기 시작했다. 대지는 생명이 살 수 없는 ‘불모지’가 되어버렸다.

‘밥하는 아줌마’ 데메테르가 제 역할을 하지 않아 세상이 혼란스러워지자 제우스는 하데스에게 페르세포네를 그만 돌려보내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하데스도 사랑하는 페르세포네를 지상으로 보낼 수는 없었다.

하데스는 지하 세계의 음식을 먹으면 지상으로 갈 수 없다는 규칙을 떠올리고 허기에 진 페르세포네에게 지하 세계에서 난 석류 몇 알을 권했다. 페르세포네는 결국 참지 못하고 석류를 먹게 되고 하데스는 이를 구실로 페르세포네를 돌려보내지 않았다.

세상이 굶주리는 것을 볼 수 없었던 제우스는 하데스와 데메테르를 불러 합의를 보게 했다. 결국 페르세포네는 1년 중 4개월은 지하세계에, 8개월은 어머니와 함께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때부터 페르세포네가 지하세계에 있을 때에는 대지에서 곡물과 과실이 열리지 않게 되었고, 그녀가 지상으로 나올 때부터 대지는 생장을 시작했다.

'밥하는 아줌마'는 이렇게 신화 속에서도 중요한 역할로 여겨져 왔다. ‘밥하는 아줌마’가 없으면 세상이 멈춘다. 그러나 2017년 대한민국에서의 ‘밥하는 아줌마’는 ‘그냥 동네 아줌마’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대로 조리사 어머님들이 주저앉아서는 안된다. 우리 아이들의 매 끼니를 책임져주는 조리사 어머님들이 ‘그냥 동네 아줌마’ 취급당하며 열악한 환경에 이대로 방치된다면 우리 아이들의 식사도 열악해질 것이다. 무시당하고 비하되는 조리사 어머님들을 지켜보는 우리 아이들의 인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조리사 어머님들이 아이들의 식사를 최선을 다해 책임져 주고 계시기 때문에 학부모들은 한시름을 던다. '그냥 동네 아줌마'라는 비하 발언은 초등학생 자녀를 둔 엄마이자 대한민국 국회의원인 사람의 입에서 나와선 안 될 것이다.

박영훈 대학생기자(광명엄마학교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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