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열 기자
유성열 기자

기원전 5~4세기 고대 그리스의 도시 아테네에서는 서양철학의 중심 인물인 소크라테스가 활동하고 있었다. 소크라테스는 젊은이들이 스스로 깨어나기를 바라는 뜻에서 거리를 거닐 때마다 젊은이들을 붙잡고 돌발질문을 던진 것으로 유명하다. 우리나라에서는 가수 나훈아가 '테스형'이라는 제목으로 노래까지 발표하며 소크라테스의 인물됨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런데 당시 소크라테스는 아테네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친 소피스트(sophist)들을 그토록 싫어했다고 한다. 소피스트 역시 그들만의 철학과 사상으로 대중 선동에 나섰지만, 소피스트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들어보면 앞뒤가 안 맞는 이야기들이 많았다고 한다. 소피스트들은 지적 수준의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 스스로 담금질하는 노력 대신 알량하게 알고 있는 지식으로 선동질을 했다는 것이 소크라테스의 평가다.

그로인해 '소피스트'는 우리말로 '궤변론자(詭辯論者)'로 해석되고 있는데, 소크라테스는 '대화법', '산파술'로 소피스트들의 궤변을 무차별 깨는 걸로 유명세를 얻었다.

이 말을 꺼낸 이유는 박승원 광명시장이 최근 지속적으로 연출한 '언어(言語) 이해능력'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고 싶어서다.

박승원 시장은 지난 11월 광명시의원들을 향해 '묵과하지 않겠다'라는 협박성 단어를 개인 SNS에 올려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화가 난 시의원들은 성명서까지 발표하며 맹비난했는데, 박승원 시장은 정작 '따져 묻겠다'라는 뜻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변명했다.

'묵과(默過)'의 사전적 의미는 '잘못을 알고도 모르는 체하고 그대로 넘긴다'라는 뜻이다.

그런데 상대방을 향해 '잘못되었다'라고 전제를 내세우는 단어다. 이 말은 곧 광명시의회가 조례안 3개를 부결시킨 행위는 '잘못된 것'이라는 것인데, 지방자치단체장이 단어 뜻도 제대로 모르고 만인이 보는 SNS에 이같은 단어를 사용하고도 이해할 수 없는 변명을 하는 것에 대해 필자는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소피스트가 생각나는 대목이었다.

사례는 또 있다. 이번달 14일 기획재정부는 하안동 소재 '구(舊) 서울근로청소년복지관' 6만 2,000㎡(약 2만 평) 개발 방향을 '산업·연구·창업 지원 복합 클러스터'로 조성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대해 광명시도 "도심 한복판에 방치된 부지 문제가 해결됐다"고 환영했다.

이번 사안을 제대로 모르고 본다면 잘 된 일 같다. 하지만 박승원 시장은 지난 2018년 봄 지방선거 당시 '제1호 공약'으로 하안동 2만평을 "광명시민 품으로" 되찾아오겠다라고 피력했다. 박승원 시장은 당선 이후 밝힌 취임사에서도 이같은 뜻을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언론들은 박승원 시장의 멘트를 '이양', '반환 조치' 등으로 표현하면서 일제히 보도했다. 보도를 접한 시민들은 당시 서울시 소유였던 2만 평을 광명시 소유로 가져오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였다.

그런데 박승원 시장은 "그런 뜻이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마치 언론이 잘못해석했다는 것이다.

필자는 박승원 시장을 인간적으로 폄하하려는 의도는 추호도 없다. 다만 상대방이 그렇게 들었는데, "나는 아닌데..."라고 비껴가려는 행동을 지적하는 것이다. 박승원 시장은 일반인이 아니다. 공인이면서 30만 시민을 대표하는 대한민국 기초자치단체장이다.

하지만 예민한 사안이 터질 때마다 빨리 사태를 파악하고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진정어린 '사과'를 하지 않는 행동에 대해 말하는 것이다.

최근 들어 광명에서는 박승원 시장과 관련해서 또 하나의 이야기가 돌고 있다.

현재 본보는 진위 여부를 파악하고 있다. 이야기의 핵심은 박승원 시장이 지난 11월 13일 철산2동에서 열린 행사에서 퇴임을 코 앞에 앞둔 동장에게 입에 담기 조차 힘든 '육두문자(肉頭文字)'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이 말을 들은 동장은 정신적 충격으로 3일 동안 휴가를 낸 것으로 확인됐으며, 현장에 있었던 적지 않은 사람들도 박승원 시장의 '육두문자' 사용에 대해 충격을 받고 일부 시의원들과 언론에 제보한 것으로 확인됐지만, 지금은 작업(?)이 들어갔는지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이 입을 닫고 있는 상황이다.

들리는 바로는 박승원 시장은 육두문자 사용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본보는 현재 '기정사실'로 인지하고 있다.

박승원 시장도 인간이다. 인간은 실수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실수에 대해 '빠른 사과'가 이뤄지면 사태는 생각보다 커지지 않는다. 그런데도 박승원 시장은 해당 사건에 대해 "나는 그런 뜻이 아니었다"라는 식으로, 마치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어이 없는 행동을 하고 있는 듯해 씁쓸하기 그지 없다.

말이라는 것은 상대방이 듣는 입장에서 해석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내 말이 맞다. 내가 말한 의도는 이렇다"라고 우긴다고 해서, 그것이 대중에게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특히 단어 뜻도 모른채, 문장의 의미도 모른 채, 자신이 한 말 조차 모른 채, 일단 던지고 변명으로 계속 일관한다면 대중은 그 사람을 멀리할 수밖에 없다.

조만간 2022년이 되면 대선(3월 9일) 이후 지방선거(6월 1일)가 다가온다. 박승원 시장은 재선을 꿈꾸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과연 광명시민들은 어떠한 시장을 원하고 있는 것일까?

박승원 시장은 지금부터라도 본인의 언어 사용에 대해 깊이 있는 고찰을 통해 향후 재선을 위한, 진정 무게감 있고 책임감 있는 위정자(爲政者)로서 행보를 이어가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바이다.

광명시민들은 '소피스트' 같은 단체장을 원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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